2026년 3월, 삼성전자가 7조 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고 곧이어 5조 3,000억 원 규모의 소각까지 발표했습니다. SK, 셀트리온을 비롯한 99개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는데, 우연히 겹친 것이 아니라 2026년 3월 시행된 상법 개정이 배경에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왜 주주에게 중요한지, 그리고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다른 개념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시장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입니다. 매입 자체만으로는 그 주식이 회사 금고에 그대로 보관되며, 유통주식수는 줄지 않습니다. 소각은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절차로, 이때 비로소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실제로 줄어듭니다. 즉 ‘매입만 하고 소각은 안 하는’ 경우, 회사가 나중에 그 주식을 다시 팔거나 임직원 보상용으로 쓸 수 있어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왜 소각이 주주에게 유리한가
유통주식수가 줄어들면, 같은 순이익이라도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같은 자기자본이라도 주당순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PER, PB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가 개선되어 보이고, ROE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당과 달리 소각은 세금이 즉시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함께 활용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힙니다.
2026년 상법 개정, 무엇이 달라졌나
2026년 3월 6일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는 것이 원칙으로 의무화됐습니다(상법 제341조의4). 예외적으로 소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이사회가 별도의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의무는 상장기업뿐 아니라 비상장법인에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도 소급 적용됩니다
법 시행 이전부터 이미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도 소각 의무 대상에 포함됩니다. 기업들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추가로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므로 총 1년 6개월의 유예기간 안에 처분 또는 소각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다만 방송, 통신, 항공처럼 법령상 외국인 지분 한도가 정해진 업종은 소각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급변할 수 있어 별도의 특례가 마련됐습니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던 관행도 차단됐습니다
과거에는 회사가 자사주를 특정 우호 세력에게 몰아서 매각해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는 각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해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도록 의무화되어, 이런 방식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의 연관성
이 제도 변화는 2024년부터 시행된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590개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를 제출했고, 밸류업 지수는 지수 산출 개시일(2024년 9월 30일, 992.13포인트) 대비 126.6%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94.8%)을 30포인트 넘게 웃돌았습니다. 다만 이런 지수 상승에는 향후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측면도 있어, 실제 기업들의 소각 이행 여부를 계속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자가 확인하면 좋은 것
- 관심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만 했는지, 실제로 소각까지 결정했는지 공시를 통해 구분해서 확인하기
- 법 시행 이전부터 보유하던 자사주 물량이 많은 기업이라면, 1년 6개월 유예기간 내 소각 계획이 어떻게 잡혀있는지 살펴보기
- 저PBR 업종(금융주, 지주사 등)일수록 자사주 소각 효과가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점 참고하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요구되는 절차가 됐습니다. 앞으로는 ‘자사주를 얼마나 매입했는가’보다 ‘실제로 얼마나 소각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기업의 주주환원 의지를 판단하는 더 정확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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